각기(脚氣)와 위병(痿病)
날씨가 더워져 갈 때면 잘 생기는 병중에 각기와 위병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각기라는 병은 다리를 폈다 구부렸다 하지 못하거나 허리와 다리가 서로 당기듯이 아프거나 다리가 붓고 아파서 걷지 못하는 것을 말하며, 위병이라는 것은 팔다리가 늘어지고 약해져 움직일 힘이 없는 것을 말합니다.
요즘 흔한 병중에 허리와 다리가 같이 아프거나 혹은 다리만 아픈 증상들이 많은데 이 중에는 각기인 경우가 상당 수 있습니다. 이 각기라는 병이 처음 시작할 때에는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있는데 갑자기 다리가 아픈 것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다리가 붓고 아플 수도 있고, 허리와 다리가 당기면서 아플 수도 있고, 두통이 같이 있을 수도 있고, 열이 나면서 온 몸이 아플 수도 있습니다.
이 병이 덥고 습한 지방에서 자주 발견되는 것을 보면 습기가 이 병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몸에 습기가 끼면 다리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습기는 무겁기 때문에 우리 몸의 아래쪽, 즉 다리에 정체되어서 붓게도 하고 아프게도 합니다. 기혈의 순환을 방해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추운 겨울에 다리가 아프신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환자분들의 분포를 보면 더운 여름에 오히려 다리 아프신 분들이 더 많은 것을 보게 됩니다. 여름이라는 계절은 우리의 몸을 몇 배나 힘들게 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각기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기(禁忌)사항을 잘 지켜야 병이 호전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 동의보감에 나와 있는 금기사항을 소개하니 눈여겨보셨다가 잘 지키면 병을 예방하고 또한 치유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첫째로 성을 내지 말아야 한다. 성을 내면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각기병이 도진다. 둘째로 말을 크게 하지 말아야 한다. 말을 크게 하여도 역시 폐가 상하면서 각기병이 도진다. 또한 발을 벗고 바람을 쏘이거나 물에 들어가거나 찬물로 다리를 씻는 것도 좋지 않다. 비록 여름이라도 해도 반드시 늘 덥게 입어야 한다. 겨울에는 다리에 땀이 약간 날 정도로 입어서 따뜻하게 하는 것이 좋다. 또한 늘 안마를 하고 자주 뼈마디를 움직여 기혈을 잘 통하게 하는 것이 양생(養生)에서 중요한 것이다. 이것이 풍습(風濕)을 막는 방법이다.··· 대체로 음식을 먹은 뒤에는 200~300보 천천히 걸어서 피곤해지면 그친다. 이렇게 해야 기혈이 막히지 않는다. 매일 아침밥은 마음대로 배부르게 먹고, 점심밥은 좀 적게 먹으며, 저녁밥은 먹지 않는 것이 더 좋다. 밤에 밥을 먹으면 혈기가 막히기 때문에 붓는 것과 아픈 것이 더 심해진다. 여러 가지 음식 가운데서 술 · 국수 · 연유는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많이 먹으면 각기병이 도진다. 성생활을 마음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역시 각기병이 도진다.”(동의보감, 법인문화사)
무더운 여름날에는 모든 것이 늘어집니다. 길거리의 나무들도 늘어지고 동물들도 축축 처지며 사람들도 늘어져서 일의 능률이 떨어지게 됩니다. 우리 몸에는 수분이 70%라고 할 정도로 물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물이 부족하게 되면 자기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어 화(火)를 누르는 힘이 약해지게 됩니다. 그러면 화가 왕성해지고 화의 억제를 받던 금(金)이 약해지고 금이 약해지면 금의 억제를 받던 목(木)이 왕성해지고 목이 왕성해지면 목의 억제를 받던 토(土)가 약해지게 되는데 이 토가 오장으로 보면 비(脾)가 되는 것이고 우리 몸으로 보면 팔다리와 살이 됩니다. 따라서 비가 상하게 되면 팔다리를 잘 쓰지 못하게 되고 또 팔다리의 살이 빠져 가늘어집니다.
요즘의 말로 하면 근무력증이라는 병도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의학으로도 치료가 힘든 병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 위병이 있는 사람들에 공통적으로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식사를 아주 잘 한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토(土)의 비기(脾氣)가 약해지면 우리 몸은 먹는 것을 늘려서 비기가 힘을 얻기 원하게 됩니다. 이 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는데 기름기가 많고 맛좋은 음식은 열이 나게 하고 오히려 위병을 더 악화시키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칼로리가 많이 나가는 음식은 좋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음식을 담박(淡薄)하게 조절하지 않으면 병은 낫기 어려운 것입니다.
모든 병이 그렇지만 병이 발생되는 조건에는 선천적인 요인도 있고 후천적인 요인도 있습니다. 둘 중에 어느 하나만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이 둘은 서로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둘 다 고려해야 하는데 선천적인 문제는 이미 타고 나는 것이기 때문에 출생하고 난 후에는 우리가 어쩔 수 없는 것이므로 병을 인식하고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접근해야 하며 후천적인 문제는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것입니다.
각기나 위병도 마찬가지로 선천적으로 간(肝)과 신(腎)이 약하게 난 사람들이 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왜 그런 몸으로 태어났는지 한탄만 할 수는 없지 않겠지요?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 노력이 그 사람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우리가 밥을 먹으면 우리 몸속에서 영양분을 배분하는데 각각의 오장육부 중에서 힘센 장과 부가 가장 많이 가져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힘센 놈은 더욱 힘이 세지고 약한 놈은 더욱 약해지게 됩니다. 마치 富益富 貧益貧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간과 신이 약한 사람은 자연히 간과 신이 더욱 약해지는 몸의 상태로 흘러가게 됩니다. 이것을 돌려놓는 것은 대단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한 것입니다. 한 번의 노력으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어쩌면 평생 노력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의 결과는 건강한 삶으로 열매 맺을 것입니다.
오가피(五加皮)나 우렁이, 생밤, 팥과 검은 콩, 모과가 각기에는 좋으니 참고 하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본 포스팅은 업체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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